"나만의 노하우가 있지."
"그 일 처리하는 노하우 좀 공유해 줘."
요즘은 예전만큼 자주 쓰이지 않는 것 같아 새삼스럽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이나 일상에서 '노하우(Know-how)'는 가장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숙련된 전문가의 노하우는 조직의 핵심 자산이었고,
일을 잘한다는 것은 곧 남들이 모르는 'How(방법)'를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AI가 일상화된 지금, 문득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과연 지금도 'Know-how'의 가치가 예전과 같을까?"
1. 지식의 진화: Know-how부터 Know-who-knows까지
지식의 패러다임은 기술의 발전과 정보의 양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 왔습니다.
- Know-how의 시대 (노하우)
- 숙련자가 '어떻게(How)'라는 실행 기술을 독점하던 시절입니다. 과거 장인이나 베테랑 엔지니어가 암묵지(Tacit Knowledge)를 머릿속에 쥐고 있듯, 남들이 모르는 비법을 아는 것 자체가 강력한 기득권이자 본인의 가치였습니다.
- Know-where의 시대 (노웨어)
-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기업 내부 데이터베이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식의 중심축이 이동했습니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지식 노동자의 핵심 역량은 정보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에 접근하는 능력이다"*라고 말했듯, 수많은 서류와 폴더 사이에서 "어디에 가면 그 정보가 있는지(Where)"를 가장 빠르게 찾아내는 사람이 능력자로 대우받기 시작했습니다.
- Know-who-knows의 시대 (노후노우즈)
- 하지만 정보의 홍수가 인간의 인지 한계를 초과하자 새로운 형태의 지식이 필요해졌습니다. 모든 문서를 다 뒤질 수 없게 되자, "누가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이며 정확한 맥락을 쥐고 있는지(Who knows)"를 알고, 그 사람과 연결되는 네트워크 능력이 더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했습니다.
2. AI 시대, 가장 강력한 무기는 'Know-how-to-ask'
그리고 지금, Generative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단순한 'How'나 'Where'는 AI가 단 몇 초 만에 찾아내고 정리해 줍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어떻게 질 좋은 질문을 던질 것인가(Know-how-to-ask)'입니다.
"알맞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미 답변의 절반을 얻은 것과 같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AI 시대에는 정교한 질문이 곧 정교한 결과물이 됩니다. 맥락도 없이 단순히 "스마트팩토리 구축 방법 알려줘"라고 묻는다면 AI 역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뻔한 답변만 내놓을 뿐입니다.
결국 '무엇을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려면, 앞서 언급한 Know-how(전문성), Know-where(정보 검색 능력), Know-who-knows(도메인 지식 및 맥락 파악 능력)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AI에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날카로운 프롬프트를 던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번의 실행과 오류(Trial & Error)를 통해 질문을 다듬거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다양한 AI 모델을 넘나들며 답변을 cross-check하는 끈기 역시 필수적인 스킬이 되었습니다.
3. AI 시대의 골든 서클: Why - What - How의 재배치
경영 사상가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그의 저서 《시작하라 WHY》에서, 대중은 What → How → Why의 순서로 생각하지만 위대한 리더와 혁신 기업들은 반드시 Why → How → What의 순서로 접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비즈니스와 일하는 방식에 AI가 결합된 지금, 이 골든 서클은 어떻게 재해석되어야 할까요?
[ 기존의 골든 서클 ]
WHY (원인/목적) ──> HOW (방법/노하우) ──> WHAT (결과물)
[ AI 시대의 골든 서클 ]
WHY (진짜 문제 정의) ──> WHAT (목표 설정) ──> HOW (AI 기반 실행 및 구현)
- WHY (여전히 가장 결정적인 인간의 영역)
- "우리가 이 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해결해야 할 진짜 본질을 모른 채 AI를 활용해 열심히 답만 구하다 보면, 조직 전체가 고생 끝에 "이 산이 아닌가벼"라고 외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됩니다.
- WHAT & HOW (역할과 비중의 변화)
- 과거에는 Why 다음에 '어떻게(How)' 실행할지에 대한 방법론(노하우)을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답정너'식 벤치마킹에 의존하며, 본질적인 고민 없이 손쉬운 편법과 요령만 찾기에 급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Why를 충족하기 위해 '무엇(What)'을 이루어낼 것인지 명확히 설정하고 나면, 그것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방법(How)'은 AI의 도움을 받아 훨씬 쉽고 빠르게 다가가고 테스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치며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해도 "왜(Why)"라는 질문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Why"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답을 알고 있는 능력'보다는 '답을 끌어내는 질문력(Know-how-to-ask)'이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AI 단말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누르기 전에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나는 지금 진짜 풀어야 할 문제를 알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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