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은 온통 '비교'와 '속도'로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스마트폰을 켜고 SNS를 잠시만 둘러봐도 나만 빼고 모두가 특별하고 화려한 경험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트렌드를 한 발짝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면 금세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 이른바 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가 시시때때로 우리의 잔잔한 일상을 흔들어 놓곤 합니다.
최근 드라마 《심야식당》 시즌 2(EP 5)의 '통조림' 에피소드와 멜 로빈스의 저서 《Let them(그러라 그래)》을 함께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전하는 메시지는 묘하게 닮아 있었고,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영감들은 결국 하나의 명확한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구와도 나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나는 그저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가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1.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통조림처럼
《심야식당》의 통조림 편에는 매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통조림만 골라 주문하는 독특한 단골손님이 등장합니다. 왜 굳이 그런 통조림을 먹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그 안에서 알맞게 길들여진 통조림이 훨씬 더 깊고 진한 맛을 낸다"*고 말이죠.
갓 수확한 신선한 재료나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고급 요리가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닫힌 공간 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된 통조림은 그 자체로 독보적인 가치와 매력을 지니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만치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고, 내가 지금 이룬 것들은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처럼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안달복달하는 대신, 나만의 시간 속에서 묵묵히 내면을 다져나간다면 그 삶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과 단단함이 생겨납니다. 세상이 정한 기준과 유행에 내 걸음을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가 전혀 없는 이유입니다.
2.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주문, "Let them"
책 《Let them》이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 역시 일맥상통합니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두라", 혹은 "그러라 그래"라는 뜻입니다.
타인이 나에 대해 어떤 편견을 가지든, 세상이 나를 어떤 잣대로 평가하든, 그들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맑은 눈으로 내버려 두라는 처방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스트레스는 사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마음과 행동'을 내 뜻대로 바꾸려 할 때 발생합니다.
그들이 나를 오해하거나, 내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쑥덕거린다 해도 그저 마음속으로 가볍게 *"Let them"*이라고 읊조리며 내 갈 길을 가면 그만입니다. 내 삶의 운전대를 굳이 남에게 넘겨줄 필요는 없으니까요.
3.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사실 이러한 깨달음은 제가 몇 년 전에 겪었던 개인적인 변화와도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저는 참 많이 지쳐 있었고, 화가 가득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일도 가정사도 무엇 하나 제 생각대로 착착 풀리지 않는 것 같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죠. 그 흥분과 답답함을 가라앉히기 위해 술을 잦게 찾았지만, 술은 오히려 감정을 더 날카롭게 증폭시킬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내부에서 외부로 돌려 주변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나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이들, 더 고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동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큰 머리를 얻어맞은 듯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괴로워하며 짜증 냈던 수많은 고민이 사실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감사한 일상'일 수도 있었다는 것을 말이죠.
그때부터 굳게 쥐고 있던 고집과 불필요한 욕심들을 과감하게 내려놓기 시작했고, 마음에는 전에 없던 너그러움과 평온함이 찾아왔습니다. 이번에 만난 통조림의 미학과 "Let them"이라는 단어는, 그때 제가 처절하게 배우고 느꼈던 '내려놓음의 가치'를 다시금 확고하게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마치며
세상이 아무리 자극적인 소식으로 우리의 FOMO를 부추기고 불안하게 만들지라도, 결국 삶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은 온전히 내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객관적인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고 때로는 예전보다 더 힘든 상황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이제는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남들의 화려한 풍경에 눈 돌리며 불안해하는 대신, 오늘 하루 내게 주어진 소박한 것들에 감사하며 묵묵히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것. 이 귀한 감정 상태를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하기 위해 오늘도 글을 매듭지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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